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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수녀들 오컬트 영화, 줄거리 총평

by 모든 것이 알고 싶다 2025. 2. 8.

검은 수녀들 영화
검은 수녀들 포스터

<검은사제들>의 스핀오프

2025년 1월 24일에 개봉한 영화 <검은 수녀들>은 <검은 사제들>의 스핀오프 스토리입니다. <검은 사제들>의 감독은 영화 <파묘>의 감독이기도 한 장재현이지만, <검은 수녀들>은 권혁재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습니다.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작품이기 때문에 전체적인 분위기와 주제, 그리고 오프닝 등 많은 부분이 닮았습니다. 하지만 관객의 반응은 크게 엇갈리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검은 수녀들>의 등장인물과 줄거리를 살펴보고 총평을 남겨보도록 하겠습니다.

 

주인공은 수녀 유니아입니다. 유니아는 배우 송혜교 님이 맡은 역할로 영화 속 구마 의식의 중심인물입니다. 작중에서 유니아는 <검은 사제들>에 등장했던 김 신부(김윤석 역)의 제자로 나오지만, 아쉽게도 김윤석 배우는 이번 영화에 따로 등장하지 않습니다. 유니아는 타고나기를 영적 능력자로, 귀신 혹은 악마로 불리는 존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작품 속에서 유니아 수녀를 향해 '기도발이 잘 받는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여기서 유니아의 신기(?)를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구마 의식에 보조 수녀로 참여하는 미카엘라는 배우 전여빈 님이 맡은 역할입니다. 미카엘라 또한 영적 능력자로, 귀신 같은 존재를 '볼 수' 있습니다. 어렸을 적부터 소위 신내림을 받아야 하는 상태였지만, 그 대신 수녀가 된 것으로 나옵니다. 케이크와 아이스크림, 탕후루를 신들린 듯이 먹는 장면들이 있는데,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단 음식과의 연관성이 있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구마 의식을 치러야 하는 소년, 희준이가 등장합니다. 희준도 미카엘라처럼 타고나기를 무당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아이라고 합니다. 두 수녀는 그런 희준을 구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합니다. 

천주교와 샤머니즘의 콜라보레이션

유니아는 효과적인 구마를 위해 무당과 합심합니다. 이는 분명 교리에 맞지 않는 협업이지만, 천주교의 구마와 샤머니즘의 굿은 종이 한 장 차이인 것처럼 비칩니다. 전작 <검은사제들>에서도 구마 의식에 참여하는 사제는 호랑이띠여야 했던 것처럼 이번 작품에서도 샤머니즘이 굵직하게 등장합니다. 첫 구마 시도는 무당과 함께하지만 모종의 이유로 실패합니다. 그 이유를 찾아내 다시 시도하려고 하지만 구마하기 좋은 날로 점지 받은 날이 하필이면 선거철인 관계로 무당들은 예약이 다 차 있어서 도와줄 수 없게 됩니다. 선거철이 굿 성수기인 설정이 참 블랙 코미디 같습니다.

 

그렇게 유니아의 단짝과도 같았던 무당이 빠지면서 자리 하나가 비워집니다. 이번 구마 의식에는 세 사람이 필요합니다. 이 부분은 미카엘라가 타로로 현 상황을 점지해 보며 밝혀진 내용입니다. 구마와 샤머니즘에 이어 타로까지 등장합니다. 아무튼, 신의 영향을 받았던 적 있는 세 사람이 모여야 합니다. 그리하여 유니아, 미카엘라 그리고 마지막 한 사람은 앞서 등장했던 무당의 '신 아들'이 맡습니다. 어찌 보면 미카엘라는 유니아의 '신 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유니아가 신 딸과 신 아들을 데리고 구마 의식을 진행한다고 해석했습니다. 그 이유는 결말과도 이어집니다. 유니아는 희준이의 구마 의식을 맡기 전부터 자궁 건강에 이상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극 중에서 자궁 이야기는 계속 이어집니다. 그리고 그 끝에 유니아는 자궁이 상징하는 어머니로서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고통 받는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어떤 희생도 감내하는 어머니의 사랑, 성모 마리아의 희생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됩니다.

주제와 소재는 좋았으나 연출과 흐름이 아쉬웠다

등장인물들의 특징과 역할, 그리고 스토리까지 꽤 구조적입니다. 중간중간 여성 캐릭터들의 입에서, 혹은 여성 캐릭터들을 향해 '미쳤다'는 말이 자주 등장합니다. 이는 흔히 말하는 '미친 여자'에 대한 반전적 메타포로 해석됩니다. <검은 수녀들>을 관통하는 메시지 중 하나가 '미친 여자들의 반란'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신선한 소재를 진부하게 연출한 점이 매우 아쉬웠습니다.

 

성모 마리아를 대표하는 유니아 수녀, 신기를 가지고 태어난 미카엘라, 그리고 미카엘라와 같은 처지인 박수무당(무당의 신 아들)과 희준이가 있습니다. 희준의 상황을 이해하는 미카엘라와 박수무당이 최선을 다해 돕지만 아직 경험이 부족한 만큼 힘에 부칩니다. 그래서 필요한 역할인 유니아가 모든 짐과 죄를 안고 희생하며 세 아이를 구합니다. 이야기만 보았을 때는 상징적이고 탄탄한 구조를 갖췄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사건들을 짜임새 있게 맺는 힘이 부족했습니다. 전개되는 내내 듬성듬성 비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는 개연성과 몰입도가 부족한 연출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반짝이는 원석이 뻔하고 무섭지도 않은 영화로 재탄생한 점이 참 아쉬운 영화입니다. 하지만 쿠키 영상에 등장하는 익숙하고 반가운 얼굴을 보기 위해 영화관에 가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검은 시리즈'의 세 번째 이야기가 나온다면 저는 또 기대하고 즐겁게 보러 갈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