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원작과 한국의 리메이크
최근 한국에서도 원진아, 신예은, 도경수 배우 주연의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이 개봉했습니다. 평균 8점 후반대 평점을 기록하며 성황리에 상영되고 있지만, 원작과 비교되면서 로맨스를 느끼기 어렵다는 평가도 받고 있습니다. 리메이크의 묘미는 원작과 시대 차이가 있는 만큼 변화한 사회 모습이나 가치관을 적절하게 반영해 변주를 주는 데에 있습니다. 동시에, 원작의 하이라이트 장면을 역사적으로 완벽하게 아쉬움 없이 복원하면서도, 발전한 촬영 기법을 활용하여 원작을 아는 팬과 작품을 처음 접하는 관객 모두 즐길 수 있도록 흥미롭게 만들어야 합니다. 원작을 보신 분들은 영화관에서 한국판 '말할 수 없는 비밀'과 원작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포착하는 재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은 한국판 '말할 수 없는 비밀'이 아닌, 원작인 대만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배우 주걸륜이 주인공은 물론 감독과 각본을 맡은 이 영화는 대만에서 큰 흥행을 이끈 웰메이드 작품인 동시에, 한국에서도 열풍이 대단했습니다. 말할 수 없는 비밀을 보고 중국어를 공부하거나 전공하게 된 학생들이 늘었다는 말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영화가 큰 인기를 끈 이유는 단지 학생들의 풋풋한 사랑을 그린 로맨스 학원물이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의 흥행 비밀은 과연 무엇일까요?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과 로맨틱한 타임슬립
눈과 귀가 즐거운 피아노 대결과 주옥같은 피아노곡들, 외모와 서사 모두 아주 잘 어울리는 주인공 커플, 그리고 타임슬립이라는 흥미로운 판타지 요소를 절절하고 애틋한 멜로와 부드럽게 연결한 점이 바로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입니다. 우선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에 나오는 모든 피아노곡이 아주 유명해졌습니다. '피아노 좀 친다' 하는 사람이라면 모두 한 번쯤은 연주해 본 곡일 만큼 유명하고 인기도 많았습니다. 특히 영화 속 하이라이트 장면이라고 할 수 있는 피아노 배틀에서 등장한 쇼팽의 '흑건'과 '백건', 이 영화의 대표적인 OST라고 할 수 있는 'Secret'은 팬들에 의해 가장 많이 연주되며 대중에게 익숙한 피아노곡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노래만 좋다고 흥행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말할 수 없는 비밀은 듣자마자 푹 빠져드는 아름다운 선율의 곡들을 서사적으로 잘 배치하여 관객이 음악과 이야기를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감상하도록 이끌었습니다. 피아노 배틀에서는 격정적이고 파워풀한 연출을 통해 관객의 흥미와 이목을 끌고, 애정 선이 드러나는 장면에서는 섬세하고 부드러운 연주로 관객들이 인물과 함께 설레는 감정과 슬픈 감정을 자연스럽게 느끼도록 도와주고, 시간 여행을 위한 연주에서는 급박한 연출과 연주를 통해 시청자들이 끝까지 긴장을 놓지 못하고 주인공을 응원하게 만들어 줍니다. '말할 수 없는 비밀'의 장르는 주인공이 시간을 오가는 타임슬립 로맨스이지만,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곡이 명곡이라 할 수 있는 만큼 영화의 가장 큰 정체성은 바로 '음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시 봐도 좋은 추억의 로맨스 영화
다만 클래식 전공자들의 시선에서는 이 영화에 등장한 피아노곡들과 연출이 혹평받았다고 합니다. 피아노 배틀에서는 '누가 누가 더 빨리 연주하나'가 부각되면서, 마치 그저 빠르게 연주하는 것이 잘하는 것이고 멋진 것처럼 비친 부분에 대해 비판을 쏟았습니다. 또한 대표곡인 'Secret'의 악보 구조가 클래식의 형태를 크게 벗어났다는 점이 지적되었습니다. 전반적으로 음악 전공자들의 눈에는 '말할 수 없는 비밀'이 클래식에 대한 왜곡과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연출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에게 연주되고 회자하며, 여전히 리메이크될 만큼 큰 감동을 주고 인기를 끈 영화라는 사실은 변함없을 것 같습니다. 이 영화는 듣기 좋은 피아노 연주와 더불어, 주인공들의 따뜻하고 풋풋한 사랑을 보며 설렘을 즐길 수 있습니다. 또한, 모든 커플에게 통과의례처럼 오는 일시적인 오해와 아픔이라는 위기, 그리고 위기를 극복한 사랑의 희생과 재회라는 해피엔딩까지, 누구나 좋아할 만한 로맨스의 요소를 모두 갖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 문득,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이 미국 영화 '라라랜드'와 비슷한 점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두 영화 모두 주인공들의 사랑을 아름다운 선율로 감명 깊게 빚어낸 로맨스 음악 영화입니다. 좋은 음악과 좋은 이야기는 시대를 막론하고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게 되는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귀가 즐거운 뭉클한 로맨스 영화의 정수 '말할 수 없는 비밀'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