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컬트 영화 최초 천만 관객
오늘 포스팅할 영화는 작년 천만 관객을 돌파한 미스터리 공포 영화 '파묘'입니다. 지난 포스팅에서 다룬 영화 '검은 수녀들'의 전작인 '검은 사제들'을 맡은 장재현 감독의 작품입니다. 감독이 같은 만큼 검은 사제들과 비슷한 소재가 등장하는 오컬트 장르입니다. 샤머니즘과 풍수지리학이 역사와 흥미롭게 엮이며 처음부터 끝까지 강한 긴장감과 박진감을 선사하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무당 화림과 봉길이 어느 부잣집의 의뢰를 받으며 영화가 시작됩니다. 이들은 대대로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에 걸려 무당을 찾았습니다. 화림은 그들의 조상이 묻힌 묘의 자리가 나빠서 일어나는 '묘 바람'이라고 판단한 뒤 이를 도와 줄 풍수사 상덕과 장의사 영근을 찾아갑니다. 하지만 묘의 자리를 옮기기 위해 파내는 '파묘'는 잘못했다간 대대로 살을 맞을 수 있는 중대한 사안입니다. 고민 끝에 그들은 파묘를 진행하고 이 사건은 한 집안의 단순한 묘 바람이 아니라 더욱 거대한 음모가 함께 묻혀있던 사건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봉길이 중상을 입어 입원하게 되고,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는 세 사람은 거대한 음모에 맞서기로 결심하며 영화는 절정에 달합니다. 흥행 수표와도 같은 명품 배우들의 몰입감 넘치는 연기력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청룡영화상을 포함해 다양한 수상 경력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부당한 약탈과 지배에 대응하는 한국의 정신
영화 1막까지는 단순히 조상님의 묘는 명당에 해야 한다는 교훈을 주는 공포 영화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2막으로 넘어가면서 보다 더 위험하고 오래된 역사적 상처가 드러납니다. 영화에서는 대한민국의 땅이 풍수적으로 호랑이의 모습을 하고 있어 과거 식민 지배 당시 일본이 한반도의 기운을 약하게 하고자 일본의 한 장수를 범의 허리에 해당하는 지역에 세로로 묻어 '범의 허리를 끊었다'라고 묘사합니다. 이 장수는 정령이 되어 커다랗고 무시무시한 괴물의 모습으로 주인공들을 위기로 몰아갑니다. 하지만 한국인의 의지, 독립운동가의 정신을 상징하는 인물들은 샤머니즘과 풍수지리적 지혜를 빌려 문제를 해결합니다. 이러한 장치는 영화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선 주요 인물들의 이름은 모두 실제 독립운동가분들의 성함을 차용했으며, 등장인물들이 모는 자동차의 번호판이 광복의 연도와 날짜를 상징하는 1945와 0815이기도 합니다. 또한, 영화에 등장한 절의 이름은 보국사로 '나라를 보호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알고 보면 한국의 역사와 보국의 의의를 대중적으로 잘 풀어낸 애국적인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시 보고 싶은 잘 만든 영화
이외에도 영화에 숨겨져 있는 다양한 장치가 재미를 더합니다. 영화에서 등장한 '참외와 은어'에는 의미가 있습니다. 정령이 화림에게 참외와 은어를 가져오라는 장면이 있습니다. 이에 화림은 다시 정령을 잡으러 가는 날 참외 없이 은어를 잔뜩 준비합니다. 이는 정령이 화림을 시험하기 위해 내린 명령이었습니다. 일본에서 참외는 먹을 수 없을 만큼 맛이 없기 때문에, 만약 은어와 함께 참외까지 곧이곧대로 준비한다면 진정한 신하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상덕이 파묘한 자리에 자릿값이라고 100원을 던지는 장면이 있습니다. 100원에는 이순신 장군님이 새겨져 있는데 이순신 장군은 왜적의 침입을 막았던 위인일뿐더러, 상덕을 맡은 배우 최민식이 이전에 이순신 장군의 역할을 연기한 적이 있어서 감탄을 자아내는 연출로 회자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후일담에서 감독은 원래 10원으로 했지만 땅의 색깔과 비슷해서 잘 안 보이는 문제 때문에 즉석에서 100원으로 바꾼 것인데 사람들이 멋지게 의미를 부여해 줘서 본인도 신기하고 머쓱했다는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설정과 주제, 그리고 숨겨진 장치를 가지고 있는 영화 파묘의 매력은 파도 파도 끝이 없는 것 같습니다. 역사적 사실을 흥미롭게 각색하여 미스터리와 공포를 적절하게 섞은 영화로 오컬트 장르를 잘 모르는 관객도 흥미진진하게 즐길 수 있는 영화입니다. 영화의 매력을 샅샅이 곱씹기 위해 여러 번 감상하는 것도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