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크리스마스를 위한 로맨틱 코미디의 정석
미국에서 1995년에 개봉한 영화 '당신이 잠든 사이에(While you were sleeping)'는 크리스마스를 앞둔 연말을 배경으로 동화 같은 로맨스와 센스있는 코미디가 적절하게 어우러진 작품입니다. 크리스마스 하면 자동으로 떠오르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존 터틀타웁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며, 조 로스가 제작에 참여했습니다. 개봉 당시에도 박스오피스에서 눈에 띄는 성적을 거두었으며, 특히 여자 주인공 역을 맡은 샌드라 블록의 사랑스러운 연기가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이 영화로 샌드라 블록이 여우 주연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그녀의 대표작 중 하나가 되어 스타성을 견고하게 만들어 준 영화이기도 합니다. 동시에, 유쾌하면서도 따뜻한 분위기와 감동적인 스토리를 자랑하며 90년대를 대표하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로 남았습니다.
따뜻한 크림수프 같은 연말 영화
샌드라 블록이 연기한 여자 주인공 '루시'는 시카고의 어느 허름한 아파트에 살며 철도국에서 토큰 판매 직원으로 일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남몰래 짝사랑하던 잘생긴 손님 '피터'가 플랫폼에서 철로로 떨어지는 사고를 당합니다. 루시는 용기와 기지를 발휘해 피터를 구하고, 응급실에 실려 간 그를 간호하다가 그의 가족들에게 약혼자로 오해받게 됩니다. 피터가 혼수상태에 빠져 일어나지 못하는 동안, 상황은 루시가 바로잡을 새도 없이 꼬이고 꼬여 차마 진실을 말하지 못하게 됩니다. 하지만 피터의 가족들이 루시를 따뜻하고 다정하게 대해주자 늘 외로웠던 루시의 마음도 뒤숭숭해집니다. 그렇게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피터의 약혼자로 오해받으며 그의 가족들과 교류하던 루시는 피터의 동생인 '잭'과 점점 가까워지며 진짜 사랑이란 무엇인지 고민하게 됩니다. 루시는 과연 피터와 잭 중에 어떤 남자와 이어지게 될까요? 이 영화의 가장 돋보이는 매력은 바로 따뜻한 연말 분위기 속에서 마음을 울리는 감동적인 메시지를 전하는 동시에 가볍고 유쾌한 유머를 놓치지 않은 점입니다. 홀로 고양이 한 마리와 살며 쓸쓸해하던 루시가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풍성한 가족애를 느끼고 진정으로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싶다는 꿈을 그리게 되는 과정이 아주 흐뭇하게 그려집니다. 여기에 루시와 잭이 천천히 가까워지며 나누는 이야기가 현실적이면서도 동화처럼 특별하고 설레서 연말에 관람하기 정말 좋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 분주한 연말에 가족의 진정한 의미와 사랑을 되짚어보도록 도와주는 따뜻한 수프 같은 영화입니다.
그때도 지금도 특별한 영화
이 영화에는 흥미로운 제작 뒷이야기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주인공이 남성이었지만 제작 과정에서 여성으로 바꾸면서 이야기가 좀 더 신선해질 수 있었다고 합니다. 사실 소재와 시나리오 자체가 재밌는 영화이기 때문에 주인공의 성별이 서로 바뀐다고 하더라도 대표적인 크리스마스 영화로 길이 남았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주인공이 여성이었던 만큼, 그 역할을 맡은 샌드라 블록에게는 매우 특별하고 소중한 기회였습니다. 샌드라는 이 영화를 찍기 전에 '스피드'라는 작품으로 명성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영화 '스피드'의 캐릭터보다 감성적이고 따뜻한 역할을 연기하고 싶어서 '당신이 잠든 사이에'를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그녀의 연기 경력에서 커다란 변곡점이 되었습니다. 한 가지 더, 이 영화의 설정은 이후 제작되는 영화에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지금까지도 '거짓말로 시작된 관계가 시간이 지나며 진짜 사랑으로 변화하는 로맨스 구조'가 여러 이야기에 활용되고 있습니다. 영화 '라라랜드'의 감독 데미안 차젤레도 이 영화를 눈여겨보았다고 언급했습니다. 특히 영화 속에서 인물들이 현실적이면서도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며 점차 가까워지는 방식을 차용했다고 전해집니다. 이처럼 영화 '당신이 잠든 사이에'는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 이상으로 진정한 사랑과 가족이란 무엇인지 다시금 고찰해 보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과연 당신이 잠든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궁금하다면, 이 영화와 함께 90년대 크리스마스를 엿보러 떠나보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