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만에 돌아온 전설
2015년에 개봉했던 조지 밀러의 영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에 이어, 프리퀄 영화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가 2024년 개봉했습니다. 앞서 매드맥스 영화를 통해 퓨리오사가 어떤 행보와 결말을 맞이하는지 알고 있는 관객으로선 과거의 이야기가 얼마나 흥미로울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가진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영화 퓨리오사는 제목에서부터 그녀를 대표 주인공으로 내세워 어린 시절 이야기부터 시타델에 오게 된 여정을 화려한 액션과 섬세한 연출로 보여주며 팬들의 열렬한 반응을 얻었습니다. 퓨리오사가 어쩌다 황무지의 전사가 되었고 풍요의 땅과는 어떤 인연이 있었으며 또, 기계로 대신하게 된 팔에는 어떤 사연이 있고 임모탄의 아내들과 함께 탈출을 결심하게 된 연유는 무엇인지 하나도 빠짐없이 이해하고 즐길 수 있습니다. 프리퀄은 특성상 자칫 뻔해서 지루하거나 마니아층만 즐기고 끝나는 작품이 될 수 있지만 퓨리오사는 매드맥스 시리즈를 기다린 팬들은 물론, 앞선 시리즈들을 관람하지 않은 대중들도 충분히 감상할 수 있도록 제작되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넷플릭스 시리즈 '퀸스 갬빗'으로 널리 이름과 얼굴을 알린 배우 '안야 테일러 조이'가 퓨리오사의 청년기 시절을 맡아 많은 관객이 반가움을 느꼈습니다. 안야는 거칠고 분노로 가득 찼지만 냉철하고 결단력 강한 퓨리오사를 연기하며 이미지 변신에도 성공했습니다. 이처럼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배우와 함께 9년 만에 돌아온 매드맥스 시리즈의 종결판이라고 할 수 있는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는 화제성과 작품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 모두 잡았습니다.
인물들 사이의 강렬한 시너지
영화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는 전작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프리퀄 작품을 보는 관객들은 일부 인물들이 이후의 이야기에 나오지 않는 것의 의미를 이미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영화의 깊이와 재미를 책임진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우선, 영화 초반에 퓨리오사의 어머니가 등장합니다. 퓨리오사의 냉철함과 다정함이 어디에서 온 건지 단번에 이해할 수 있을 만큼 퓨리오사의 어머니는 그녀의 눈빛을 쏙 빼닮았습니다. 퓨리오사 이야기의 시작이자 복수극의 처음과 끝을 책임진다고 할 수 있는 어머니의 역할이 참 중요했습니다. 다음으로, 타의로 고향을 잃고 척박한 시타델에서 고군분투하던 퓨리오사에게 처음으로 마음을 열고 뜻을 함께한 동료이자 연인 '잭'이 있습니다. 잭은 퓨리오사의 성장을 돕고, 고향으로 돌아가고자 했던 그녀의 오래된 꿈에 동행합니다. 잭과의 서사를 통해 퓨리오사의 다정한 마음과 인간성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잭은 퓨리오사의 복수극을 더욱 처절하고 밀도 있게 만들어 영화의 몰입도와 긴장감을 한껏 올려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암흑의 천사로 불리는 지금의 퓨리오사를 만들었다고 할 수 있는 최종 악당 '디멘투스'가 있습니다. 퓨리오사에게서 고향과 가족을 뺏고, 동료와 연인, 그리고 한쪽 팔까지 빼앗아 간 디멘투스는 투박한 외모와 달리 곰 인형과 면사포를 지니고 다니는 등 기괴한 양면성을 보여주는 캐릭터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악연으로 얽혔다고 할 수 있는 디멘투스와의 복수 서사는 영화의 중심이 되며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교과서
영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는 우리에게 강렬한 이미지로 남아있습니다. 멸망 후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황무지를 배경으로 "기억할게!"를 외치는 워 보이들과 전기기타로 불을 뿜으며 연주하는 광기의 기타리스트, 그리고 제목처럼 분노의 질주를 보여주던 각종 개조 차량이 커다란 상징으로 매드맥스 시리즈를 대표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그다음에 개봉한 영화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에는 더 큰 관심과 기대가 집중되었습니다. 이번에는 어떤 충격적인 캐릭터와 실감 나는 추격전이 등장할지 모두가 기대했습니다. 기대에 부응하듯 역시나 영화 퓨리오사는 다양한 개조 차량과 전투 차량을 활용하여 끊임없는 볼거리를 선사했습니다. 황량하고 거친 분위기에 맞춰 꾸며진 바이크를 타고 쫓고 쫓기는 추격 극과 대형 운송 트럭 위에서 벌어지는 긴박한 액션은 물론, 마치 자동차가 자동차를 잡아먹는 듯한 연출은 다양한 볼거리를 선사했습니다. 하지만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한 관객들도 많았습니다. 시간상으로 먼저 개봉한 시리즈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보다 나중에 개봉한 만큼 더 정교하고 화려한 화면과 새롭고 인상적인 설정을 기대했지만, 영화 속 배경이 과거의 이야기를 다룬 만큼 다소 고전적인 연출이 이어졌습니다. 다시 말해 새로운 볼거리가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는 이전의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의 액션 중심 오락 영화의 재미를 넘어서 퓨리오사라는 인물의 처절하고도 아름다운 복수극을 다뤘습니다. 긴장감 넘치는 추격전뿐만 아니라 퓨리오사의 성장 과정과 가치관, 감정선까지 심도 있게 다루기 위해 노력한 영화입니다. 마치 영화 '킬빌'처럼 한 인물이 어떤 과거를 거쳐 지금의 모습이 되었는지 모놀로그 같은 이야기를 화려한 액션과 진중한 목소리로 담았습니다. 여러 평가가 오가고 있지만 영화 퓨리오사는 시대적으로도 의미 있는 완벽한 복수극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