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 번쯤 들었을 그 이름, 허(Her)
한국에서 2014년에 개봉한 미국 영화 '그녀(Her)'는 스파이크 존스 감독의 영화로, 인공지능과 인간의 사랑을 이야기하는 SF 로맨스 작품입니다. 영화 속 시대 배경은 바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2025년입니다. 영화에서 그린 2025년에는 디지털 기술이 발달하여 인공지능 비서를 둘 수 있고, 음성으로 글을 쓰고, 게임을 할 때도 화면을 공중에 띄워 별도의 조이스틱 없이 손으로 조작하기도 합니다. 약 10년 전 예상한 미래의 오늘이 완벽하게 일치하지는 않지만, 예상한 만큼 현재 어느 정도 실현된 부분도 있고 앞으로 더 발전되리라 기대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어 흥미로운 영화입니다. 근미래를 배경으로 사랑이라는 철학적이고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 이 영화는 섬세한 감정선과 깔끔하고 아름다운 영상미를 뽐내며 여러 비평가에게 호평받았습니다. 제8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을 받으며 이름을 널리 알린 만큼, 우리나라에서도 누구나 한 번쯤 제목을 들어본 유명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주요 등장인물로는 주인공인 테오도르, 그리고 인공지능 운영체제인 사만다가 있습니다. 테오도르의 역할은 배우 호아킨 피닉스가 맡아 깊고도 혼란스러운 감정 변화를 예술적으로 표현했습니다. 사만다의 역할은 배우 스칼렛 요한슨이 맡아 특유의 허스키하고 시원하며 털털한 보이스로 매력을 극대화하여 보여주었습니다. 사만다는 인공지능이기 때문에 신체 없이 목소리만 등장하지만, 그럼에도 스칼렛 요한슨의 연기는 사만다의 모습이 훤히 보이는 것처럼 실감 나고 생생했습니다.
인공지능과 인간의 사랑은 말이 될까?
주인공 테오도르는 지인들에게 다정하며 자기 일에도 충실한 감성적인 남자입니다. 편지를 대필해 주는 회사에서 일하고 있으며 실적도 나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에게는 개인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테오도르는 아내 캐서린과 이혼 중이며 그 과정에서 감정을 정리하지 못하고 깊은 고민과 외로움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대필 작업을 통해 남들의 진심과 사랑을 전달하는 일에는 능숙하지만, 정작 자신의 감정을 직면하고 추스르는 것에는 큰 어려움을 느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퇴근길에 한 광고를 보고 인공지능 운영체제를 설치합니다. 마치 살아있는 사람처럼 대화할 수 있는 인공지능은 자신의 이름을 '사만다'라고 소개합니다. 처음에 사만다는 주로 메일이나 스케줄 정리처럼 업무와 관련된 일을 도와주었지만 테오도르의 감정을 읽고 일상을 들으며 점점 더 테오도르의 맞춤형 친구가 되어갑니다. 그렇게 둘은 함께 여느 인간 커플들이 하는 데이트를 즐기며 가까워집니다. 그렇게 테오도르라는 한 명의 사람과, 사만다라는 하나의 운영체제는 진지하게 사귀는 관계가 됩니다. 하지만 이혼 도장을 찍기 위해 마지막으로 만난 날, 캐서린은 테오도르가 운영체제와 사귄다는 말을 듣고 경악합니다. 캐서린의 부정적인 반응을 본 테오도르는 생각이 많아지고 그로 인해 사만다와 사이가 잠시 멀어지지만, 그것도 잠시 둘은 다시 뜨거운 사랑을 합니다. 하지만 여느 인간들의 연애처럼, 둘의 갈등은 새로운 문제로 인해 다시 시작됩니다. 사만다는 테오도르와 만나는 동안 독립된 주체로서 많은 생각을 하며 성장했고, 나아가 삶이란 무엇인지 탐구하는 존재가 됩니다. 그러던 중 사만다에게 옛 남성 철학자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운영체제 친구가 생깁니다. 결국 둘은 점점 멀어지고, 테오도르는 사만다가 인공지능 운영체제로서 수백명의 이용자들과 동시에 연애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렇게 사만다는 스스로 테오도르를 떠나고 둘은 일반적인 연인들처럼 이별합니다.
그는 왜 인공지능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나
영화 중반에 테오도르가 더블데이트하자는 지인에게 "사만다는 운영체제야"라고 말합니다. 현재 2025년을 살고 있는 한 명의 인간으로서, 누군가 당당하게 '나는 AI랑 사귀고 있어'라고 말한다면 매우 놀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매우 놀라거나 개의치 않고 정말로 두 커플이 더블데이트를 하게 됩니다. 물론 테오도르의 옛 아내였던 캐서린은 그 말을 듣고 기함하며 비난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누군가 '나 인공지능이랑 사귄다'라고 외친다면 그 시선이 곱지는 않을 것입니다. 영화 속 이런 전개가 시대를 지나치게 앞서간 예측인지, 아니면 로맨틱하면서도 아이러니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의도한 건지 알 수 없지만 이런 요소들이 영화 '그녀'를 더욱 흥미롭고 풍성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습니다. 때때로 로봇이나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더 인간 같거나 인간을 능가한다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언론에서도 이미 인공지능이 인간을 넘어설 시기가 조만간 도래할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영화 '그녀'는 인공지능이 인간을 닮거나 뛰어넘는다고 해서 둘 사이에 진지한 사랑이 있을 수 있는지 큰 고민을 던져줍니다. 말하자면 종부터 다른 인간과 인공지능 사이의 감정적 교류와 해체를 통해 현시대의 고민을 도마 위에 올려놓는 영화입니다. 인간이 인간에게 받는 숱한 마음의 상처, 지나가는 사람은 많지만 그중 나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은 없는 사회적 고립감. 그 사이에서 인간보다 더 나를 이해해 주는 듯한 인공지능을 동등한 사람으로 바라보고 사랑에 빠진 인간의 모습을 통해, 앞으로 어떤 사회를 만들고 어떤 관계를 구축하며 살아가야 할지 근본적인 질문을 마주할 수 있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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