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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 영화, 사랑은 어떤 모양일까

by 모든 것이 알고 싶다 2025. 4.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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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이프 오브 워터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

유명한 영화는 이유가 있다

2017년, 감독 기예르모 델 토르는 사랑을 주제로 인간과 괴물의 경계를 파격적으로 부수며 관객들에게 매우 강렬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The Shape of Water)'는 1960년대 미국의 냉전 시기를 배경으로 전개됩니다. 말하지 못해 수어로 의사를 전달하는 청소부, 그리고 인간의 잔혹함을 대변하는 실험실에 갇힌 괴생명체가 만나며 벌어지는 소동극과 사랑 이야기를 다룬 기발한 판타지 로맨스 작품입니다. 인간의 언어를 소화하지 못하는 두 생명체가 그들만의 언어로 소통하며 '인간적'인 것 반대에서 과연 무엇이 인간답고 올바른 것인지 생각해 보는 기회를 던져주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다소 괴이하다고 여길 수 있는 소재이지만, 철학적이고 근본적인 질문과 기이하면서도 아름다운 연출을 통해 작품성을 인정받으며 제74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았습니다. 게다가 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과 작품상, 음악상과 미술상까지 무려 4관왕에 오르는 영광을 거머쥐면서 대중적인 흥행과 더불어 전문가들의 호평까지 모두 야무지게 챙긴 작품입니다. 주인공인 여성 청소부 역할인 '엘라이자'는 배우 샐리 호킨스가 연기하며 몸짓과 눈빛, 그리고 표정만으로 스크린을 압도하는 카리스마와 깊은 감수성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딱히 이름 없이 '괴생명체' 혹은 '양서류 인간'이나 '어인'으로 불리며 등장한 수중 생명체는 배우 더그 존스가 특수 분장을 통해 소화했습니다. 양서류 인간의 존재가 영화의 정체성을 정의하는 커다란 핵심인 만큼, 그가 등장할  때마다 영화의 판타지 분위기가 실감 나게 살아납니다. 두 주인공이 맞서 싸우는 악역으로 등장하는 '스트릭랜드'는 배우 마이클 섀넌이 연기하며 냉전의 잔혹하고 비인간적인 상징을 통해 작품의 긴장감을 극대화했습니다. 주인공 '엘라이자'의 직장 동료이자 이웃사촌으로 등장하는 친구 '젤다'와 '자일스'는 각각 배우 '옥타비아 스펜서'와 '리처드 젱킨스'가 맡으며 아직 살아있는 인간성과 따듯하고 다정한 감성을 전달했습니다.

말이 필요 없는 사랑의 언어

주인공 엘라이자는 미국 정부의 한 실험실에서 청소부로 일하는 여성입니다. 엘라이자는 언어 장애로 인해 말하지는 못하지만 수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하며 섬세하고 풍부한 감수성을 지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엘라이자는 극비리에 운영되는 실험실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수중 생명체와 마주치게 됩니다. 양서류 인간으로 불리는 그 괴생명체는 아마존에서 일부 원주민들에게 신처럼 여겨지며 숭배받던 존재였지만, 실험체로 쓰기 위해 잡혀 온 상태였습니다. 처음에 둘은 서로를 경계했습니다. 하지만 엘라이자는 소통 없이 단절된 실험실에 갇혀 고통받는 양서류 인간의 모습에서 자기 자신을 발견하며 마음을 열게 됩니다. 그렇게 둘은 점점 가까워지고 삶은 계란을 나눠 먹거나 같이 음악을 듣고 수어로 대화하는 등, 인간의 언어가 필요 없는 깊은 교감을 나누게 됩니다. 그러던 중, 양서류 인간이 실험에서 해부될 위기에 처하게 되고 엘라이자는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그를 실험실에서 빼내기로 결심합니다. 과연 둘은 비인간적인 실험과 냉전의 억압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지 긴장감 속에서 그들을 응원하며 지켜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그저 간단하게 로맨스 영화라고만 말할 수 없습니다.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억압 받는 여러 계층을 보여주고 대변하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영화 속에서 악역에게 맞서는 주요 인물들은 모두 사회적 약자입니다. 이것이 바로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가 궁극적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입니다. '다름'이 모여 다정하고 끈끈한 연대를 통해 사랑과 존중을 실현하는 것, 그것이 바로 이 영화의 중심 메시지라고 생각합니다. 이와 대조되게, 악역으로 등장하는 스트릭랜드는 권위와 통제를 상징하며 '다름'을 잔인하게 몰살하고 일방적이고 폭압적이었던 당시 시대적 분위기를 보여줍니다. 이러한 대립 구도는 오늘날 현대사회에서도 변함없이 지속되며 사회를 돌아보는 거울이 되어줍니다. 이처럼 감독은 판타지라는 장르를 통해 현실적인 문제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냈습니다.

과연 사랑은 어떤 모양일까?

이 영화의 주요 관람 포인트는 단연코 아름다운 시적 연출입니다. 델 토로 감독이 가진 특유의 감성이 몽환적인 화면구성과 색감과 만나 장면 하나하나를 명화처럼 보여줍니다. 영화를 보다 보면 오래도록 빛바랜 아름다움을 유지하는 미술 작품들이 즐비한 박물관, 낡지만 유서 깊은 박물관을 거니는 기분이 듭니다. 특히, 실험실과 엘라이자의 집은 현실과 환상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주인공들의 감정의 깊이를 키우고, 물속 장면은 완벽에 가까운 촬영 기술을 넘어서 언어가 필요 없는 두 존재의 강렬한 감정과 교감을 생동적으로 표현했습니다. 이 영화는 인간과 괴물, 그리고 정상과 비정상의 분류를 흐릿하게 만듭니다. 주류에서 벗어나 이해받지 못하는 존재들의 연대와 사랑을 다루는 동시에 그들의 목소리를 시적으로 승화하며 많은 관객의 심금을 울렸습니다. 제목처럼 사랑은 물처럼 일정한 형태가 없고 유동적이며 가장 낮은 곳까지 흘러갈 수 있습니다. 엘라이자와 양서류 인간의 사랑은 인간의 언어나 논리로 설명할 수 없이 그저 있는 그대로 느껴지는 감정입니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물에 빠진 엘라이자에게 아가미가 생기며 숨을 쉴 수 있게 되는 장면을 통해 영화의 전체적인 정서를 요약한 시적인 상징을 느낄 수 있습니다. 엘라이자가 인간의 언어로 말할 수 없었던 이유는 바로 그녀가 물속의 존재, 즉 사랑으로 이야기하는 존재였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결국 두 존재의 만남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필수적인 운명이자 인연이었다는 암시를 읽을 수 있습니다.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는 판타지라는 장르를 통해 가장 현실적이고 사실적인 이야기를 낭만 가득한 동화처럼 전달한 작품입니다.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가장 본질적이고 소중한 감정이라 할 수 있는 사랑을 나누는 모습을 통해 '진정한 사랑'과 '진실로 인간다운 것'이 무엇인지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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