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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질 결심 영화, 박찬욱 감독의 멜로

by 모든 것이 알고 싶다 2025. 4. 9.

서스펜스를 담은 멜로

영화 '올드보이'와 '친절한 금자씨', 그리고 '아가씨'로 유명한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은 2022년에 개봉한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전통적인 범죄 액션 누아르 장르를 입고 그 위에 섬세하고 가녀린 멜로의 감정을 새기며 일명 '로맨스릴러'를 떠올리는 독보적 색채를 보여주었습니다. 75회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은 것은 물론, 다양한 국내외 영화제에서 극본상과 주연상을 받는 등 예술성과 작품성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작품입니다. 감각적인 미술과 음악, 그리고 미스터리한 서사와 연출이 어우러지며 영화 속 인물들의 감정선을 따라 움직이는 추리극을 통해 많은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기도 했습니다.

배우 박해일이 맡은 형사 '해준'은 원칙을 따르며 성실하고 과묵한 인물입니다. 영화는 부산에서 근무하던 '해준'이 한 남자가 산에서 추락사한 의문의 사건을 마주하며 일어나는 일을 보여줍니다. '해준'은 이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인 '서래'를 만나며 삶에 균열을 경험하게 됩니다. 배우 탕웨이가 맡은 '서래'는 중국 출신으로, 죽은 남자의 아내이며 침착하고 조용하지만 그만큼 생각을 알 수 없는 어려운 사람으로 비칩니다. '해준'은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서래'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그녀에게 점점 빠져들며 판단력이 흐려집니다. 영화는 잔혹한 진실과 진심 어린 사랑이 공존할 수 있는지 슬픈 질문을 던집니다. 배우 탕웨이와 박해일은 두 인물의 복잡하고 밀도 높은 내면을 절제된 연기로 보여주며 영화의 긴장감과 몰입도를 끌어올렸습니다.

 

정서경 작가와 박찬욱 감독의 독보적인 미장센

'해준'은 앞서 언급한 추락 사건을 맡아 수사하는 과정에서 희생자의 부인인 '서래'를 조사하며 개인적인 호기심을 가지게 됩니다. 만남과 대화를 통해 호기심은 점점 깊은 감정이 되고, 해준과 서래는 서로 의심하면서도 끌리는 마음을 외면하지 못합니다. 영화가 진행될수록 사건의 진실은 무엇이고, 두 사람의 감정은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지 주목하게 됩니다. 가까워질수록 깊은 수렁으로 빠지는 두 인물을 보며 관객들은 덩달아 초조하고 조마조마하게 결말을 기다리고, 결말에 이르러 두 인물의 진심과 결심이 나타나며 커다란 여운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영화 '헤어질 결심'의 주요 관전 요소는 바로 '곧이곧대로 말해주지 않고 미묘하게 보여주는 방식'입니다. 각본을 쓴 정서경 작가와 박찬욱 감독 특유의 섬세한 미장센과 감각적인 연출은 시각적으로 인물들의 심리를 추측하게 도와줍니다. 절제된 배경 음악과 카메라의 움직임, 그리고 창조적인 공간의 활용은 등장인물 사이의 미묘한 감정을 특별하게 보여줍니다. 더불어, 해준과 서래의 배경에서 오는 문화적 차이와 언어적 장벽은 서툴지만 진심 어린 감정선을 보여주며 두 사람의 멜로를 더욱 깊이 있게 만들었습니다. 전통적인 멜로 장르를 담고 있지만 현대적인 해석과 볼거리가 다양한 영화이기도 합니다.

헤어질결심

작품을 있는 그대로 감상할 결심

영화 '헤어질 결심'에는 독특한 상징들이 다채롭게 등장합니다. 안개와 유리창, 그리고 바다와 산처럼 자연을 바탕으로 인물들의 감정 변화를 보여주는 장치가 자주 나타납니다. 가령, 해준은 안개가 자욱한 산속에서 비밀스럽지만 종결된 느낌을 전달하고, 서래는 맑고 깨끗한 바다에서 선명하지만 위태로운 느낌을 보여주며 두 인물의 대비를 은유적으로 표현합니다. 영화의 제목처럼 주인공이 '결심'하기 전까지 투명과 불투명을 오가며 불안하게 이어지던 운명이 이와 같은 대비를 통해 선명해지는 순간 관객들의 마음에 깊은 여운이 남게 됩니다. 이 영화는 단순히 사람을 미워하고 사랑하는 이야기를 넘어, 타자의 존재를 온전히 사랑하는 것의 의미를 고찰하게 도와줍니다. 여기에 차가운 진실과 따뜻한 진심의 잔혹한 대비가 가져오는 비극을 통해 성찰의 기회를 선사하기도 합니다.

이 영화는 마치 한 편의 시처럼 압축되고 절제된 예술성을 보여줍니다. 인물들의 감정선을 따라가며 실시간으로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하기보다는 눈치채지 못하게 고요하게 마음에 스며듭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다시 떠올리거나 곱씹을 때 인물들의 마음이 어땠을지 여운 속에서 그들을 기억하고 해석하게 되는 작품입니다. '~할 결심'으로 수많은 패러디가 등장하며 우리에게 더욱 친숙해진 이 영화는 정서경 작가와 박찬욱 감독 특유의 예술적인 연출력과 함께, 배우들이 적재적소에 절제하고 표출하는 감정 연기가 궁합 좋게 어우러져 '명품'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영화입니다.